와인을 딸 시간 넷플릭스 영화 후기 (Uncorked) 0045
넷플릭스를 구독한 지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최근 잔잔한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시간 때우기용 액션, 스릴러, 판타지를 주로 봐왔었고, 이탈리아 여행 전후로는 이탈리아 여행 관련 콘텐츠와 이탈리아 풍경을 볼 수 있는 영화를 '내가 찜한 콘텐츠'에 넣어 두었습니다. 와인에 빠진 이후로 '와인'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모든 콘텐츠를 '내가 찜한 콘텐츠'에 넣어 놓았지만 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재미가 없어 시간 낭비일까 봐서 보지 않고 있었는데, 최근 다시 읽고 있는 책, '와인이 있는 100가지 장면'에서 52번째 영화로 내용이 언급되었습니다. '와인을 딸 시간'이라는 영화에 소믈리에 시험이라는 내용이 나온다고 해서 소믈리에에 관심이 있는 저는 지난주에 출퇴근하면서 보았습니다. 저희 부모님과 두 아들에 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0. 개봉일 : 2020년 3월 27일 (NETFLIX)
1. 제목 : 와인을 딸 시간 (원제 : Uncorked)
2. 감독, 각본 : Prentice Penny (프렌티스 페니)
3. 배우
Louis (루이스, 주인공 아버지) | COURTNEY B. VANCE |
Elijah (일라이저, 주인공) | MAMOUDOU ATHIE |
Tanya (타냐, 여자친구) | SASHA COMPERE |
Sylvia (실비아, 주인공 어머니) | NIECY NASH |
4. 평점 : IMDb 6.4/10
5. David 평점 : 8/10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 드라마 장르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6. 줄거리
- 주인공 일라이저는 가업(BBQ 가게)을 도우면서 소믈리에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일라이저를 응원해주지 않습니다. 엄마와 연인만이 주인공을 응원해 줍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만든 가게인 BBQ 가게인 가업을 이어가기를 바라지만, 아들인 일라이저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자신을 꿈인 소믈리에 학교를 입학하여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려고 노력을 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엄마와 연인의 지지로 프랑스 유학도 갔지만, 중간에 엄마의 죽음으로 학업을 중단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고민하고 아버지의 가업을 이으려고 하지만, 아버지가 이제 주인공을 지지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스터 소믈리에 시험을 보게 됩니다. 혹시나 안 보신 분들을 위해서 결말은 적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와인을 딸 시간'은 언제 인가요?
7. 와인을 딸 시간 영화 감상평
우선 주인공과 아버지의 연기와 감정 표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영화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미소를 많이 볼 수가 없었지만, 마지막 시험결과 발표에서의 주인공 표정 변화는 이 배우 훌륭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아버지의 생각과 다르게 자신의 꿈을 지키고 이루고 싶었습니다. 그는 많은 고민을 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못마땅합니다. 초반에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외면하고 도와주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소말리아' 언급은 정말 너무 아들의 꿈을 외면하는 말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계속 넣습니다. 성인이 된 아들에게 결정권이 있기는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의 의견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많이 내세웁니다. 세상을 살아온 기간이 많고,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어찌 보면 안정적인 길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결국 후반부 아들의 편에서 지지해 주는 모습은 따뜻한 눈으로 마지막까지 영화를 집중해서 볼 수 있게 해 주었으며, 주인공 아버지가 일라이저를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볼 때에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잘 느껴졌습니다.
저는 영화가 제 인생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줘서 많은 부분 울컥울컥 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에 정말로 많은 꿈들이 있었습니다. 소방관, 경찰관, 선생님, 파일럿, 영화감독, 디자이너, 화가, 과학자까지 많이 있었습니다. 서예와 사군자를 10년 가까이 배웠던 저는 고등학교 입학 후 화가를 꿈으로 가졌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화가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다라고 저를 설득하셨습니다. 제 서예 선생님도 초대 작가로서 강의도 나가시고, 병풍 그림을 그리시며 바쁘게 사셨는데, 생업으로 유지하기에는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꼈던 저는 화가의 꿈은 포기하고, 나이가 들어 시간이 나면 취미 생활로 가지기로 하고 당시에 꿈을 접었습니다. 그냥 대학교를 가기 위한 공부를 했습니다. 점수에 맞춰서 대학교를 갔습니다. 그냥 안정적으로 보였던 아버지와 같은 회사원이 되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에는 어렸기 때문에 아는 것이 적었기 때문에 아버지께 저의 뜻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제가 너무 부족했고, 화가가 되기 위한 열망과 열정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 입학 후에도 학업보다는 서예와 붓글씨 동아리에서 수련하고 작품을 만들며 노력도 해보았지만, 제가 가지고 있었던 미술에 대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던 저는 그냥 공부해서 다른 꿈이었던 과학자를 위해 석사과정을 거쳐 연구원으로 회사에 입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업무를 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저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는 항상 '저희 아버지입니다'라고 답변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한 때에는 싫어하는 사람이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께서 나이가 많이 드셨지만 젊었을 때에는 아버지는 너무도 엄하셨고, 아버지 형제인 8남매의 동생들과 사촌들인 많은 당숙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도와주려고 하셨던 아버지는 엄청난 중압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오셨습니다. 한 때 저희 집에 사는 식구는 14명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는 아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그렇게 조언을 했던 것을 모두 이해를 합니다. 최근 부모님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어서 최근 저의 인생에 대한 결정을 이야기하였는데, 어머니는 영화 주인공의 엄마처럼 저의 결정을 바로 지지해 줬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며 저를 걱정하셨지만, 이제는 '네 인생인 심사숙고 해서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하시면, 당신의 의견은 참고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마치 영화의 후반부의 주인공 아버지가 일라이저를 지원했던 것처럼 말이죠.
뜬금 없지만, 어제 WBC 한일전을 보면서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제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들이 갑자기 그러더군요. '나는 소믈리에가 될 거야.' 깜짝 놀랐습니다. '왜?'라고 반문했죠. '아빠가 와인 마시는 거 좋아하고, 소믈리에 공부하니깐. 나도 하고 싶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판사와 검사에 대해서 설명해 줬더니, 검사가 되겠다고 하는 아들. 아직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기까지에 많은 시간이 주어진 아들이 부럽기도 하면서, '나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 지원해 줄 거야, 잘 찾아봐'라고 대답해 줬습니다.
주인공인 일라이저는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기 위하여 친구들과 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품종을 외우고, 각 국가와 와인 산지를 외우면서 많은 와인들을 시음하고 평가하며 공부하는 모습들이 나옵니다. 마스터 소믈리에 시험 과정을 보니 정말 멋지면서도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꽤 많은 와인이 대한 내용들이 언급되어서 너무 좋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주인공과 주인공 엄마, 아빠의 연기는 너무 울컥할 정도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책에서 말해줬던 2012년 이탈리아산 바롤로를 아버지가 시험발표 전날 가져와서 마실 때에 무뚝뚝하던 아버지의 진심과 사랑을 엿볼 수 있었고, 그 와인에 대한 히스토리를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와인이 있는 100가지 장면'에서 설명해 준 배경 내용을 알고 나니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었습니다.
마스터 소믈리에는 제가 이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꿈을 꾸기에 어려운 직업입니다. 실제로 제가 지금 추구하는 꿈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딱 와인을 조금 깊게 알고 즐기는 소믈리에 자격을 받고 싶은 것뿐입니다. 추후 제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WSET 3단계를 목표로 해서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저의 '와인을 딸 시간'은 두 아들이 성년이 되는 해인 32년, 35년에 와인을 딸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셀러에서 숙성시키고 있는 두 아들의 탄생빈인 13년, 16년 산 이탈리아 와인으로 '13년, 16년 산 바롤로 와인과 BDM'을 따는 날이 그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잘 숙성되어서 식초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서, 조금은 다르지만, 항상 저를 응원해 주셨던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두 동생에게 항상 감사합니다.
당신의 '와인을 딸 시간'은 언제 인가요?
바롤로 와인에 대해서는 아래를 참고하세요.
2023.01.08 - [와인 (WINE)] - (012) 네비올로 (와인용 포도 품종 정보 6, 바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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